노동조합소식

작성 2017-12-18 14:25:19, 조회 785 [미디어오늘] 2017-12-17 “주 35시간제 도입? 보이는 것에 속으면 안된다”이마트노동조합

“주 35시간제 도입? 보이는 것에 속으면 안된다”

신세계식 노동시간 감축, 최저임금 마트노동자 관점에서 재구성… 

“신규 고용 없는 단축은 노동자 위한 것 아냐”



지난 13년 간 이마트 모 지점에서 가공식품 진열·관리를 맡아 온 ‘전문직 사원’ A씨는 2020년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보고서다. 그의 월급 120여 만 원은 가족을 부양하고 지속가능한 가계를 꾸려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신세계그룹의 ‘주 35시간제(일일 7시간 노동)’ 도입은 당장 희소식이었다. 퇴근시간이 오후 5시로 1시간 앞당겨지는 만큼 가족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A씨는 자기 회사의 일을 언론보도로 먼저 접해 의아하긴 했지만 ‘임금 삭감은 없다’는 회사 설명에 안심했다.


그런 A씨는 현재 동료들에게 ‘보이는 것에 속으면 안된다’고 알리고 있다. 기사를 꼼꼼히 살펴 본 결과 추가 인력 고용 없이 시간이 준다면 노동강도는 지금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임금은 기대했던 속도보다 느리게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저임금 노동자에겐 다른 장치없이 노동시간만 줄이는 게 마냥 환영할 대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이마트 13년차 무기계약직 직원’ A씨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봤다. A씨는 마트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등의 취재를 종합해 가상으로 설정한 마트노동자다.



▲ 마트산업노동조합(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은 12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는 월급 총액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신규인력 충원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저임금 노동자의 염원은 ‘가족 부양 가능한 적정 임금’ 


A씨가 가장 염원해온 바람은 생계영위가 지속가능할 만큼 임금이 상승되는 것이다.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소속 조합원인 A씨는 지난 4년 간 노조와 함께 ‘최저임금 1만원’을 회사에 요구해왔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 한 달 소정 노동시간 209시간을 고려할 때 최저시급이 1만원이 돼야 월급이 200만원 수준이 되기 때문이었다.


마트노동자는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최저임금 노동자’다. 2015년 A씨 월급여는 123만7천원으로 시간 당 임금은 5919원이다. 2015년 법정 최저임금 5580원보다 339원 높다. 2016년 A씨 월급은 128만5천원(시급 6148원), 2017년엔 141만9천원(시급 6789원)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각각 118원, 319원씩 높았다. 결과만 보면 이들의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과 연동돼있다. 


원천징수되는 세금을 제하면 손에 쥐는 급여는 110만원 선. 출퇴근비 6만원, 식비 25만원, 실비보험 등 각종 보험금 9만원, 한 달 병원비 5만원, 인터넷·수도·전기 요금 8만원, 본인과 자녀 통신비 총 9만원, 자녀 교육·생활비 25만원, 전세대출 이자 15만원 등 총 102만원이 월 고정 지출로 나간다. 적금을 들거나 여가를 즐기기가 빠듯한 실정이다. 


그래서 A씨는 지난 7월 나온 최저임금 인상률 ‘16.4%’가 매우 반가웠다. 문 대통령이 당선 전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현실화를 기대해봄 직했다. A씨는 이 흐름대로 간다면 법정 최저시급은 2018년 약 157만원, 2019년엔 약 184만원, 2020년엔 209만 원이 될 거라 전망했다. 


임금 인상 속도 느려졌다 


지난 8일 발표된 신세계 노동시간 단축안은 다른 시나리오를 예상케 했다. 노동시간을 한 달 209시간(하루 8시간)에서 183시간(하루 7시간)으로 26시간 줄이면, 월 급여를 대폭 늘리지 않아도 법정 최저임금 선을 충족하는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령 2019년 예상 최저임금 183만9천원의 경우, 법정 최저시급은 8800원이 되지만 183시간 기준인 이마트 시급은 10049원이 나온다. 이마트 입장에서 같은 시점에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월 급여를 책정할 수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이 의도하는 임금 인상 속도보다 느리게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 2017년 7월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1번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시급하다 사회 각계 209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의 월급 환산액 209만 원의 10배수인 2,090인 선언자 명단을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민중의소리


퇴직금 인상률 감소도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퇴직금은 퇴사 전 세 달치 임금의 평균값을 적용하기 때문에 임금이 인상되는만큼 퇴직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로들면 A씨가 2019년 퇴사할 경우 노동시간이 줄지 않을 때 퇴직금은 2206만8천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A씨의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다면 실제 퇴직금은 2047만2천원으로 159만6천원이 줄어든다.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전체 이마트 지점으로 봤을 때 이를 통해 이마트가 절약하는 인건비는 굉장할 것”이라 지적했다.


“밥먹다 뛰쳐나가는 직원 늘 것… 8시간 업무량을 7시간 안에 해라는 말”


이마트는 지난 2년간 직원 수가 2399명이 줄었다. A씨 지점에서도 5명이 배치되던 비식품 부서가 4명으로 줄어들었다. 일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기에 남은 4명이 줄어든 1명의 업무량을 책임졌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안엔 추가 고용 계획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A씨는 당장 오후조가 저녁 식사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할 상황을 예상했다.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후조는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해 보통 오후조가 오후 5시에 저녁을 먹을 때 오전 조가 현장을 지킬 수 있었다. 오후조는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민원이 들어오면 “식판을 엎고” 매장에 뛰쳐나간다. 매장이 넓어 왔다갔다 하는데만 10~20분이 걸리기에 식사를 중단하고 나가는 것이다. 오전조가 5시에 퇴근해버리면 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2~3시간 공동근무 시너지가 줄기에 일일 업무량은 더 압축적으로 변할 수 있다. A씨의 오전 업무는 ‘상품입점 목록 및 매가 변경 목록 출력→가격표 출력→가격표 교체→대출입 업무→상품 진열 및 관리’ 흐름으로 진행된다. 보통 오전 내내 가격표 교체 작업까지 진행한다. 자기 점포에서 팔리지 않는 물건을 다른 점포로 보내는 ‘대출입’은 오전조가 하지 못하면 오후조에 전가된다. 대출입 업무는 물건을 찾고 박스에 넣고 보내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많이 팔린 상품이 있을 경우 후방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 매대에 놓는 진열 업무도 겹친다. 가장 높은 매대에 놓이는 상품일 경우 2인 1조가 분업을 하면 혼자서 사다리를 일일이 오를 필요가 없다. A씨는 공동근무 시간에 일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이 돼 오후에 넘겨지는 작업이 줄었다면 이제 이 효과가 줄어들 거라 예상하고있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노동자인 점에서 몸에 무리가 더해 질 여지도 있다.  


오전·오후조가 일반 업무를 채 다하지 못하고 누적될 경우 마감조의 업무량이 과다해질 수도 있다. 마감조는 다음 날 오픈조가 정상 업무를 바로 시작할 수 있게 상품 진열 등 정리작업을 책임진다. 업무를 남긴 오전·오후조가 스스로 10~20분씩 잔업을 해 업무를 끝낼 수도 있고 마감조에게 일이 미뤄져 마감조 업무 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마트는 현재 부족한 인력을 ‘스탭’을 고용해 메꾸고 있다. A씨의 눈엔 자신이 맡는 상시·지속 업무를 6개월 가량 계약직인 스탭을 고용해 맡기는 일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노동 시간은 줄어드는데 정규 고용을 하지 않는다면 ‘스탭 고용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여사님들 앞으로 커피 마실 시간 줄이시고 매장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직원들 대상으로 열린 주 35시간제 도입 설명회에서 나온 말이다. 전 위원장은 이를 “마트일 총량은 줄지 않으니 8시간에 할 일을 7시간 안에 하라는 말”이라면서 “앞으로 정말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이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고용 창출’과 ‘임금 총액 209만 원 약속’이 전제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마트노조는 지난 1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정 임금이 지급되고, 인원 충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실현되어 노동 강도가 줄어들고, 매주 일요일 의무휴업이 확대돼 가족과 함께 쉴 수 있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진짜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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